청춘의 눈빛에서 후레쉬맨이 보인다

- 청년 유니온 김영경 대표 인터뷰


성빈 | 수습위원 | etranger0214@gmail.com


우리네 어떤 사람들은 ‘노동조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빨간 머리띠―쇠파이프―기업의 골칫거리’를 떠올린다. 어떤 웃어른은 ‘요새 청년’을 떠올려봤을 때 ‘스펙―촛불―88만원 세대―루저(loser)’를 생각한다. 그렇다면 요새 청년들이 자기들끼리 연대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면? “스펙 쌓다 실패해서 빨간 머리띠 하고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손에는 쇠파이프를 든 88만원짜리들, 드디어 집안의 골칫거리에서 국가의 골칫거리가 되는구나, 쯧쯧” 같은 이미지가 떠오를 만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언어들은 노동조합과 청년을 ‘골칫거리’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골칫거리가 되는 이유가 그들의 탓인지 사회의 탓인지는 둘째 문제다.

자동차 공장 노동자도, 고속도로 트럭 운전수도 아닌 ‘그냥 청년’들이 모여서 노동조합을 세웠다. 새로운 개념의 노동조합인데, 이에 대한 법 제도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있지만 법조인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 노동조합의 설립신고서를 거듭 반려(返戾)하였다. 현재 노동조합 설립은 설립 후에 신고만 하면 된다고 해서 ‘신고제’인데 계속 반려하는 모양이 조만간 ‘허가제’로 바꿀 기세다. 3차로 냈던 노조설립신고가 반려된 당일, 청년 노동조합 ‘청년 유니온’의 김영경 대표를 찾아가보았다.



고대문화(이하 꼬): 청년 유니온이 어떤 계기로 기획되었는지,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김영경 대표(이하 김): 처음부터 노동조합이라는 형태를 구상한 것은 아니에요. 초창기에는 청년 실업 문제는 청년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모여 세미나의 형태로 고민을 이어가고 있었어요. 우리나라 청년고용 문제, 다른 나라의 사례, 우리나라보다 실업률이 심각하다는 유럽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작년 1월 우연히 일본 ‘수도권청년유니온’의 이야기를 들었지요. 일본에 있는 청년 노조인데, 2000년에 만들어졌고, 청년층이 가입을 해서 최저 임금 등의 주요 문제를 가지고 투쟁을 해왔어요. 2008년에는 실직된 파견노동자들이 2000명 이상 모여 ‘히비야 파견촌 투쟁’을 벌였는데, 결국 후생노동성 장관이 나와 사과했어요. 그 투쟁을 주도했던 ‘수도권청년유니온’이 외국에도 알려졌어요. 이 사례를 접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청년 세대 노조가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을 계기로 작년 5월경에 모임을 가지게 되었고 구성원들과 고민을 해서 8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위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 3월 13일에 창립을 하게 되었어요.



꼬:: 청년 유니온이란 청년들의 노동조합이라는 의미일텐데요, 어떤 이유로 청년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형성하였나요?


김:: 청년들만 노동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미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요. 비정규직이나 취업준비생이 되어 단기간 알바, 프리랜서 등을 전전하며 기존의 노동시장에 편입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노동의 형태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청년층이에요. 우리 청년층이 스스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당사자 운동’의 취지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어요.

노동조합까지 만들어야 했던 기본적인 이유는 청년의 삶이 그만큼 절박한 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에요. 노동조합은 법으로 뒷받침되는 단체에요.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 법적으로 권위를 가지고 다가갈 수 있어요. 일반 청년단체들은 어떤 사람이 최저 임금을 못 받았다고 했을 때 자문은 해줄 수 있겠지만, 상담과 캠페인 이상의 대응을 해줄 수는 없어요. 그러나 노동조합으로서 설립신고증을 갖게 되면 해당 사업자와 일대일로 협약이 가능해요. 만약에 그 사업장이 단체협약에 나오지 않으면 법적으로 고발할 수도 있고요.



꼬:: 아시겠지만 한국에서는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눈높이가 너무 높다’, ‘어려운 걸 모르고 자라 배부른 소리 한다’, ‘게으른 놈이 핑계는…’ 등 사회적으로 청년실업을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파악하시는지요?


김:: 한국은 대학 진학률은 85%로 세계에서 최곤데, 등록금이 상당히 비싸잖아요. 10명 중에 7명이 1,100만원의 빚을 지고 졸업을 한다는 통계청의 통계가 있어요. 그런 빚을 지고 사회에 나왔더니, 청년 실업률이 10%가 넘어요. 이 두 가지도 국제적으로 보아 심각한 편인데, 사회적으로는 ‘청년들이 보수화되었다’거나 ‘너무 게으르다’거나 하는 질타 혹은 무관심까지 팽배해있어요. 물론 청년들의 눈이 높다고 볼 수도 있으나, 문제의 초점은 그 높은 눈을 누가 만들었느냐는 것이에요. 지금 청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좋은 대학 가야하고 좋은 데 취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주입식 교육을 통해 내재화하며 자랐습니다. 이러한 우리들이 비싼 대학 등록금까지 내고 졸업했는데, 좋은 데 취업해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생길 수밖에 없지요. 사회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서 눈이 높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꼬:: 청년 유니온에서 개선하려고 하는 문제들로는 크게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 크게 청년실업과 청년노동의 문제가 있어요. 일단은 청년 실업률을 낮추어야 하겠지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 세 주체가 모두 함께 노력해야 돼요. 저는 개인적 노력은 이미 달성되었다고 봐요. 대다수의 청년들이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춘 세대라는 표현을 받고 있잖아요(웃음). 지금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무원 시험 평균 점수가 10점이 올랐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청춘들은 최고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너무 많이 공부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국민들이 공부를 하는 반면 국가와 기업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셈이죠. 오히려 그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임직원을 해고 하고 신입이 아닌 경력직을 주로 채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의무적으로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주장하고 있어요.

다음으로 청년 노동의 범주에서는 우선 최저 임금 문제에 주력하고 있어요. 최저임금은 현재 4,110원으로 법제화되어 있지요. 하루 8시간씩 주5일 기준으로 한 달을 일한다면 85만원 정도에요. 그런데 주요 언론에서 기사가 나오듯 우리나라의 1인 표준 생계비인 136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죠. 게다가 지금 대부분의 청년들이 등록금이다 뭐다 해서 상당히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기에, 이 열악한 임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요.



꼬:: 그렇다면 청년 유니온에서 현재의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하는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 저희는 노동조합이기는 하지만 청년 세대의 문제를 다룬다는 측면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청년들 스스로 주체적인 마인드를 가지길 희망해요. 현재 사회구조 속에서 일면 주눅들어 있는 청년들이 깨어날 수 있게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소모임이라든지 월례강좌 사업, 팀별 모임을 통해서 만나서 소통하려고 해요. 청년 개개인이 ‘섬’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공통의 문제를 가졌음을 인식하는 연대의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3. 청년실업2.jpg


그리고 노동조합 본연의 임무가 있어요. 단기 취업과 실업의 반복 순환 속에서 청년층은 협상의 여부조차 불확실해요. 불안정한 고용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 형태의 노동조합 활동은 할 수가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노동법에 대한 교육이나 노동 상담을 통해서 청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또한 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면 단체협약이 가능하게 되지요. 예를 들면 전국에 걸쳐 청년층들이 많이 고용되어있는 프렌차이즈 기업(맥도널드, 커피빈 등) 본사를 대상으로 단체협약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꼬:: 청년 유니온은 대학생운동 혹은 기업?산업별 노조 중심의 노동운동과 모두 구별되는데요. 그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지나요?


김:: 저희는 스스로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가 보면 자뻑 모드라고 하겠지만(웃음)…. 기존 노동조합이 청년 취업자를 흡수하기에는 정규직 중심이고 실제 청년 취업자들은 주로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에 몰려있잖아요. 예비노동자 성격을 띄게 된 대학생의 사회운동과 기존 노동운동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지요. 또한 새로운 청년세대의 요구에 맞는 운동방식을 창출하지 못함으로써 정서적으로도 청년들의 노동조합 참여 유인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러한 조건들을 감안한다면 청년 유니온은 기존 노동운동의 발전과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어요, 아니 더 나아가서는 현재 정체되어 있는 노동운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꼬:: 3일 전에 노동부에 3차로 노조설립신고서를 다시 제출하셨고 오늘 아침 또다시 노동부에서 ‘반려’ 처리했는데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김:: 방금 전에 반려 통지문을 받고 노동부 직원과 통화를 했어요. 노동부는 여전히 조합원 중 청년 ‘구직자’가 대다수여서 노조 설립을 반려한다는 입장이에요. 지난 2004년 서울‘여성’노조에서 구직자 노동조합 활동이 합법 판결을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것이죠.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에 “노조법에서 말하는 ‘근로자’에는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중인 자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된다”고 기록했어요. 또한 국제적으로 노동조합의 개념이 구직자를 포함시키는 것으로 확장되었음에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거에요. 한국과 상황의 차이는 있지만 심지어 미국에서는 노동조합이 직업을 구해주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도 해요.


5. 2차 노조 설립 신고.jpg


청년 실업자는 100만명에 육박하고 청년 노동자 2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에요. 앞에 설명하였듯 이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한 책임이 정부와 잘못된 사회구조와 노동관행에도 분명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것을 막아나서는 것은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것이죠.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는 노동부의 방침에 진정성이 있다면, 구직중인 청년노동자들이 고용보장과 구직활동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은 오히려 적극 권장해야하는 일이에요. 

방금 전 통화에서 노동부 직원으로부터 “대법원에도 판례가 있지만 행정상의 법이 그렇게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노동부에서는 인정해줄 수가 없다. 사법부의 판결이 있다고 해서 행정부의 판단이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는 요지의 말을 들었어요. 립서비스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결정이 되어 씁쓸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해주시더군요. 하지만 저희는 법적으로 청년 노동조합이 인정될 수밖에 없는 역사적 흐름이라고 봐요. 



꼬:: 경찰이 회원으로 가장하여 정보를 빼낸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어떤 일이 있었어요?


김:: 지역에서도 정모들을 하는데요, 지역의 주체들이 빠른 소통을 위해 자기의 연락처를 카페에 남겨두신 거죠. 지역 주체 분들은 한 명이라도 더 오길 바라니까 전화가 오면 당연히 친절하게 받잖아요. 경찰 분들이 그런 부분을 악용하신 것 같아요. 지금 연락이 온 곳은 대전과 대구 두 곳인데, 그 회원들한테 대전은 처음부터 대전경찰서라고 알리고 전화를 했대요. 회원이 몇 명이냐, 무슨 일을 하느냐, 앞으로 대전 지역 모임에서 무엇을 할 것이냐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하는데, 이것을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불법수사라고 하더라고요. 경찰이 그것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자행했다는 것이구요. 

대구의 사례가 방금 질문하신 그 부분이에요. 경찰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 “지역 주체분이시죠? 정모는 언제 하나요?” 등을 물었다고 해요. 대구 주체 분께서는 당연히 관심 있는 회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고, 회원은 몇 명이 되고, 다들 무슨 일을 하고” 등 응수를 다 해줬대요. 그러고 나서 우리가 왠지 이상하다고 생각이 되어 전화번호를 확인을 해보라고 해서 알아봤더니 지역번호 053으로 걸려온 그 번호는 대구 북부경찰서의 사무실 전화번호였어요. 그래서 대구의 그 지역 주체 분이 굉장히 황당해 했던 일이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구나, 좀 악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꼬:: 청년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재기발랄한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김:: 굉장히 많아요. (리플렛을 가리키며) 여기에 이 리플렛과 명함의 그림도 그런 사례 중 하나에요. 이 메인 그림이 원래는 이게 아니었고, 구글에서 그림을 하나 따서 썼었어요. 그런데 조합원 중에 만화 전공을 하시는 분이 1차, 2차 노조설립 신고서가 반려된 것을 보고는 직접 나서서 웹툰을 그려주셨지요. 그래서 카페 분위기가 엄청 뜨거웠고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리플렛과 명함을 제작하면서 이분께 메인 그림 제작을 부탁드렸지요. 뭘 표현한 것인가 했더니 후레쉬맨의 모습을 따온 거였어요. 후레쉬맨의 모션을 지금 청년들의 모습으로 표현한 거에요. 이게 저고요, 아르바이트 하는 모습, 백수, 건설현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등의 청년들의 동작을 형상화한 거에요. 우리 청년들이 후레쉬맨처럼 지구를 지키겠다는 것이죠(웃음).


노동2-1.jpg


또 프리랜서 영상 활동가가 계신데, 최근에 민주노총 최저임금 UCC 공모에서 그 분이 자발적으로 UCC를 제작해 응모하셨는데, 버금상을 받은 거에요. 그래서 디카를 받으셨는데 청년 유니온에 그걸 기증을 하신 일도 있었어요.

그 외에도 재기발랄한 일들이 많아요. 1차 노조설립이 반려된 이후에 TV프로그램 ‘승승장구’같이 플래쉬몹을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어요. 그 프로그램은 어떤 연예인이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면 시청자들도 함께 뭘 하겠다고 막 댓글을 달아가지고, 그 댓글을 단 모든 사람들이 날 잡고 모여 그 행위를 해야 되는 거에요. 제가 먼저 ‘명동에서 소복을 입고 노동부를 향해 신문고를 두드리겠다, 여러분은 뭘 하시겠냐’라고 썼더니 댓글이 서른 개가 달린 것이죠. 누구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겠다, 누구는 컵라면을 먹겠다, 누구는 옆에서 돗자리를 깔고 노트북을 펴고 ‘일드’를 보는 청년실업자를 형상화하겠다(웃음)! 뭐 이런 식으로 댓글이 재미있게 달렸었죠. 그날 실제로 명동에 온 분은 다섯 분밖에 안 되시긴 했지만….



꼬:: 조합원 각자가 구직자, 아르바이트, 학원 강사 등 몸을 담고 있는 곳이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일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중앙집권적인 방식보다는 역시 곳곳에 흩어진 방식이 나을 것 같아요.


김:: 아직 그렇지는 않아요.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현실과 지방의 상황이 너무 달라요. 지역의 분들과 번개를 하면서 두루두루 만나는데, 일단 지역에는 청년들이 너무 없어요. 대부분 일자리를 구하러 수도권으로 가더라구요. 수도권에는 취업 준비생들이 엄청 몰려 있구요. 수도권과 지방의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분에서는 정부나 기업 등을 상대로 이슈를 만들어 대립하고 있고, 지역에서는 지역들의 청년들을 모아가는 네트워크 조직 사업을 중심으로 하면서, 결국에는 지역과 수도권이 네트워크로 이어지도록 계획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네트워크란 개개인 모두가 주체로 나섰을 때 가능한 것이기에, 어느 정도 노동조합이 활성화가 되었을 때 가능하지요. 수동적인 의사 전달 방식의 네트워크란 사실 그 의미가 작잖아요. 저희가 조합원이 100명 가까이 되고 카페 회원이 1,460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은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인원은 30명이 넘지 않아요. 아직은 침묵하는 다수가 많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주로 활동하는 인원을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꼬:: 앞에서 말씀하셨듯이 청년들이 억눌린 부분이 있고, 탈정치화한지 오래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적은 청년들이 많지 않나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그 부분이 저희에게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침묵하는 다수가 많은 듯해요. 그렇게 형성되어온 분위기를 청년 유니온이 하루아침에 다 깰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희에게 희망을 느끼게 일들도 있어요. 2월에 한겨레, 경향, 주요 일간지, 인터넷 언론에 유니온이 소개되었어요. 그전에는 저희가 잘 안 알려져서 카페 회원이 330명 정도였는데 한 달 사이에 900명이 늘었어요. 그 회원들 80%가 20-30대였어요. 그 분들 대부분이 ‘등업 요청’ 글을 남기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자기들도 많았고 유니온이라는 조직이 빨리 생겼다면 좋았겠다고 글들을 남겨주셨어요. 저는 분명히 청년들은 ‘갈구’를 하는데 이런 것들을 어느 공간을 통해서 추구해야 할지 몰랐거나, 모아지지 못했던 지점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던 분들이 많기 때문에 희망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쉽지는 않죠. 말씀하신 것처럼 청년들의 상황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지금의 조건에서 그 목소리를 다 담아낼 수는 없거든요. 아직은 가장 집중적으로 할 활동이 어떤 것인지 고민을 하고, 차차 단계별로 보충해나가야 되겠지요. 그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문제가 해결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꼬:: 대표님과의 대화에서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사회는 어떠한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김:: 예전에는 그저 좋은 세상이라고 하면 다들 잘 먹고 잘 살고 뭐 이렇게 막연하게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노조를 고민하고 만들어나가면서, 우리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에 대해서 당연히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일을 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할 수 없는 것의 괴로움이 참 크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물론 저임금을 받고도 취업하고자 한다면 일할 곳이 아예 없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과 기대를 받는 청년의 입장에서 그래도 어느 정도 생활이 보장되는 곳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 그렇게 큰 욕심이 아닐 텐데, 그것이 눈이 높다는 것으로 매도되고 있습니다. 그 구직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을 주변에서 너무 많이 보았고 저도 역시 그렇습니다.

헌법 32조에 명시되어 있듯이 내가 일하고 싶다면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줘야 해요.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삶이 행복한 삶인데, 그러지 못하는 괴로움이 얼마나 큰가요. 자기가 원한다면 누구나 일할 수 있고 일한 것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쉬운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일을 하지 않고 부를 창출해내는 이상한 구조가 되고 있기 때문이죠. 돈이 돈을 먹는 세상이기 때문에….



문답을 나누고 청년 유니온 사무실을 나와 집에 가며 궁금해졌다. 

‘쇠파이프는 왜 못 봤지? 숨겼나? 건담 프라모델은 많던데…’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스크린 도어에서 시 하나를 읽었다.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피천득의 <편지>라는 짤막한 시다.

진심을 담아 썼으나 부칠 곳 몰라 무심한 강물에 던져버렸던, 우리 청춘의 젖은 편지들을 청년 유니온이 건져 모았다. 그것을 다시 받아들 것인지, 청춘에게 봄이 올 것인지는 우리의 몫으로 돌아오겠다.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제한 크기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 가을 학외기획 - 지켜주고 싶은 산, 성미산 file 꼬뮌 2010-09-27 2408
51 가을 학외기획 - 파견미술가 인터뷰 ─ 누군가의 삶으로 파견되는 이들 file 꼬뮌 2010-09-27 2017
50 가을 학외기획 -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 ─ 우리 바로 옆, 현실의 한 귀퉁이를 담은 이야기 file 꼬뮌 2010-09-27 2448
49 가을 대학가 사람들 - 고려대 앞 마지막 서점의 소박한 증언 file [8] 꼬뮌 2010-09-27 2950
48 가을 학내단신 - 병원 청소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file 꼬뮌 2010-09-27 2554
47 가을 세상보기 - 진료영수증 뜯어보기 꼬뮌 2010-09-27 2144
46 가을 세상보기 - 속물에 대한 속물적 고찰 file 꼬뮌 2010-09-27 2188
45 가을 세상보기 - 실명을 꼭 밝혀야 하나요? 꼬뮌 2010-09-27 1980
44 가을 만화 - 엄마의 60년 file 꼬뮌 2010-09-27 2722
43 여름 고대문화 2010년 여름호 목차 file 꼬뮌 2010-06-23 3060
42 여름 화보 : 기억 - 어느 봄날의 대자보 file 꼬뮌 2010-06-23 2284
41 여름 편집실에서 꼬뮌 2010-06-22 2375
40 여름 기획특집 : 대학에서 시장으로 - 식상하세요, 등록금? file 꼬뮌 2010-06-22 3385
39 여름 기획특집 : 대학에서 시장으로 - 흔들리는 대학 교원 지위, 탈출구가 없다 꼬뮌 2010-06-22 1969
38 여름 기획특집 : 대학에서 시장으로 - 대학을 둘러싼 두 문제 꼬뮌 2010-06-22 2197
37 여름 기획특집 : 대학에서 시장으로 - 중앙대는 어떻게 ‘두산대’가 되었나 꼬뮌 2010-06-22 2155
36 여름 기획특집 : 대학에서 시장으로 - 대학시장화,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꼬뮌 2010-06-22 1914
35 여름 기획강연 - 우리가 사는 세상과 나 꼬뮌 2010-06-22 2126
34 여름 기획강연을 듣고 - 내가 사는 세상과 나 file 꼬뮌 2010-06-22 2672
33 여름 판화 - 돈 받으러 가는 사람 file 꼬뮌 2010-06-22 3216
32 여름 노동 - 삼성을 생각하며 당신께 드리는 편지 file 꼬뮌 2010-06-22 2659
» 여름 노동 - 청년유니온 인터뷰 : 청춘의 눈빛에서 후레쉬맨이 보인다 file 꼬뮌 2010-06-22 2408
30 여름 장애인권위원회 기획 - 정신장애인의 변명 꼬뮌 2010-06-22 2327
29 여름 장애인권위원회 기획 - 장애인의 노동권을 말하다 꼬뮌 2010-06-22 2124
28 여름 만화 - 그녀와 그와 고양이 file 꼬뮌 2010-06-22 299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