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대학교의 중심에서 FM을 외치다
이 글에서는 FM과 사발식이 학내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긍정할 만한 상황인지를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이에 편집위원회에서는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내에서 FM과 사발식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고려대학교 내 총 70개 과/반의 학생회장님, 혹은 새터주체님들 중 총 61개의 과/반 대표님들이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설문에 응해 주신 과/반 학생회장님, 그리고 새터주체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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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
1-1. 귀 과반/ 학부에는FM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문화가 있습니까?
① 있다. 100%
② 없다.
(1번 문항에서 ② 를 택하신 분들만 답변해 주십시오)
1-2. FM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복수응답 가능)
① FM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부담감과 소외를 준다.
② 학벌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무력화한다.
③ 군대의 관등성명 대기에서 유래된 권위적인 문화이다.
④ 기타
(1번 문항에서① 을 택하신 분들만 답변을 계속해 주십시오)
2. FM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복수응답 가능)
① 효과적인 자기소개이다. 12%
② 고려대, 과반/학부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는 것이다. 41%
③ 분위기를 띄우고, 보는 사람의 재미를 위한 것이다. 46%
④ 기타 1%(의미는 없지만 전통이라는 이유로 답습, 좋아하는 학우들이 계속 하려고 함)
3. 귀 과반/학부에서는 새 학기에 FM 시행여부에 대한 논의를 하십니까?
① 한다. 21%
② 하지 않는다. 79%
4. FM문화가 언제까지 지속됩니까?
① 한 번쯤 경험해보는 식으로만 드러난다. 16%
② 3월 중순까지 자기소개의 방식으로 지속된다. 30%
③ 분위기만 형성된다면 1년 내내 지속된다. 51%
④ 기타 3%(본인이 원치않으면 시키지 않음, 각종 큰 행사에만)
5. FM이 일부 학우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① 동의한다. 62%
② 동의하지 않는다. 26%
③ 잘 모르겠다/기타 12%(전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기 싫어도 자신을 내보이는 것쯤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적 고통이라기보다 부담 혹은 부끄러운 정도 )
★사발식
1-1. 귀 과반에서는 매년 공식적인 행사로써 사발식을 진행하십니까?
① 진행한다. 98%
② 진행하지 않는다.
③ 기타 2%(매년 간담회를 통한 투표 결과에 따라 시행)
(1번 문항에서② 를 택하신 분들만 답변해 주십시오)
1-2. 사발식을 공식적으로 진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복수응답 가능)
① 술을 들이켰다 토하는 행위 자체가 폭력적이다.
② 사발식을 함으로써 깨달을 수 있는 가치가 없다.
③ 선후배간 권력관계에 따라 사발식이 강권될 수 있다.
④ 사발식이 친목도모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⑤ 기타
(1번 문항에서① 을 택하신 분들만 답변을 계속해 주십시오)
2. 사발식의 의미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복수응답 가능)
① 진정한 고대인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이다. 29%
② 제도권 교육의 관습을 털어내겠다는 뜻이다. 10%
③ 새내기 소개와 친목도모를 위한 것이다.23%
④ 대학생활의 추억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31%
⑤ 잘 모르겠다/기타 7%(학벌주의 과시, 전통과 관습, 일종의 기선 제압, 일제시대의 잔재를 털어내겠다는 정신 계승, 신입생에게 부담이 되는 부분, 고대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 고대인의 소속감과 동질감을 길러줌, 과반 행사에 모이는 차원 )
3. 사발식에 앞선 간담회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① 새내기와 함께 시행하며, 논의된 부분은 대부분 진행에 반영된다. 23%
② 새내기와 함께 시행하나, 대부분 사전에 계획된 대로 진행된다. 20%
③ 2년차 이상들이 모여서 논의한 후 진행된다. 33%
④ 시행하지 않는다. 14%
⑤ 기타 10%(교수님과 전 학번이 참여하여 진행, 2년차 이상이 회의를 해서 시행여부를 정하고 새내기 기준 5학번 이상 선배가 사발식에 앞서 교양 시행 )
4. 사발식에서 새내기 참여율은 어떻게 됩니까?
① 한 명도 빠짐없이 참여한다. 8%
② 거의 대부분이 참여한다(참가자>불참자). 72%
③ 절반 정도가 참여한다. 16%
④ 거의 대부분이 참여하지 않는다(불참자> 참가자). 3%
5. 사발식을 진행할 때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① 적극 호응해 준다. 95%
② 그다지 호응해 주지 않는다. 5%
6. 사발식이 일부 학우들에게 정신적∙육체적고통을 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① 동의한다. 85%
② 동의하지 않는다. 13%
③ 잘 모르겠다. 2%
마실까~말까, 마실까말까마실까말까
새터, 그리고 3월. 새내기가 들어오면 많은 과반에서는 사발식이라는 큰 행사를 준비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있는 각종 술자리에서는 목청껏 FM을 하는 소리가 빠지지 않는다.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시나 ‘고대’답게, 전통은 퇴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고려대학교의 유서 깊은 전통인 사발식과 FM은 불행히도 그것이 사라져야 할 이유를 한가득 안고 있다.
정말, 즐거우세요?
‘지금껏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왔던 제도권 교육을 부정한다’는 미명 아래 적어도 한 병 이상의 막걸리를 마시고 토하는 사발식과,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민족~고대!’를 외치며 자신의 소속과 학번(주 : 아마 FM을 하는 자리에 그 사람이 어느 단과대 어느 반인지 몇 학번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텐데 말이다) 이름을 소개하는 FM. 새내기의 입장에서 사발식과 FM은 ‘왜’ 이런 것을 해야 하지가 아니라, 그저 ‘어떻게’ 해야 할까만을 고민하게 만드는, 무조건적인 통과의례다. 세상에는 남들 앞에서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때그때 분위기를 맞춰가며 조용히 즐기는 사람도 있다. 또 술을 기호식품으로서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거나 아예 체질적으로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기호는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일 뿐이므로 그것이 타인에게 특별히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우열을 나누는 기준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의 두 취향 중 좀 더 수월한 대학생활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두 경우 모두 전자가 요구된다.
FM과 사발식의 문제는 이것이 새내기들에게 요구되는, 더 정확히 말해서 강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지금까지 늘 해왔고 또 선배들이 하라고 하니까, 혹은 이런 것을 해야 재미있고 서로 친해지니까’라는 강박 관념은 새내기들로 하여금 FM과 사발식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다. 통계 결과를 보면 실제로 사발식을 하는 과정에서‘적극 호응해준다’는 반이 95%(61개의 과/반 중 58개)에 달할 정도로 절대다수임을 알 수 있다. 선배들과 동기들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서 끝까지 뺄 수 있는 강철 심장을 가진 새내기는 드물 것이다. 이러한 선배들의 압박과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는 학기 초 과반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각종 행사에 참가했던, 그러나 거기에 적응할 수 없었던 새내기에게 더 큰 소외와 상처만을 안겨주고서 돌아서게 만든다. 특히나 FM의 경우 대체로 큰 목소리와 과격한 모션을 필요로 한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나가리’ 먹지 않고 한 번에 통과될 수 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새내기에게는 FM이 폭력이 될 수 있음이 당연한 귀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에프엠~, 에프엠!”이 한 마디에 군대식 인사를 해야만 한다.
놓칠 수 없는 FM, 그리고 사발식. 또 다시 원점으로
사실 요즘은 많은 과반에서 사발식을 하기 전에 새내기들과 그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민해보는 간담회를 가지곤 한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간담회를 시행하지 않는 반은 61개의 과/반 중 9개(14%)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새내기 없이 2년차 이상만 모여서 논의하고 진행하거나(33%), 함께 하더라도 새내기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사전에 계획된 대로 진행하는 경우(20%)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은 또 다시 ‘그래도 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지고야 만다. 물론 가끔은 사발식을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하기 싫은 사람에게는 막걸리의 양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다른 음료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부는 대체되더라도 그것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여전히 ‘분위기상’, 혹은 ‘제도권 교육을 부정한다’는 명분이 지지되는 분위기에서 수동적으로 선배들이 시키는 사발식을 해야만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FM의 경우에도 해마다 새터 때 반성폭력자치규약의 첫 번째 문항으로 ‘강권하지 않기’를 내걸고 여성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어김없이 술자리 놀이의 벌칙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오히려 작년에 그것을 잘 지킨 반에서는 역으로 “작년에 재미없었어요”라는 의견을 적극 반영해 ‘여성주의가 중요한가, 친목이 중요한가’ 운운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렇게 한번쯤 머릿속으로 사발식과 FM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해본다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과반에서는 사발식과 FM이라는 학기 초의 눈요깃거리를 만들고, 또 하느라 정신이 없다.
특기할 것은, FM과 사발식이 일부 학우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각각 38개(62%), 52개(85%)의 과/반이 ‘동의한다’고 답한 점이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설문에 응한 61개 과/반 중 FM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문화가 없는 과/반은 단 한 곳도 없었고, 분위기만 형성된다면 FM 문화가 1년 내내 지속된다는 반이 50%를 넘었다. 사발식의 경우에는 간담회를 통한 투표 결과에 따라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한 개의 과/반을 제외한 60개 반이 매년 공식적인 행사로서 사발식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새내기 참여율에 관한 질문에서는 ‘한 명도 빠짐없이 참여한다.’와 ‘거의 대부분이 참여한다.’에 답한 반이 무려 81%나 되었다. 인식과 실행이 모순되는 대목이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것을 놓지 않고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떤 집단에서든 사람들은 흔히 공동체와 그 안에서의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 가치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때때로 공동체를 중시하는 생각이 인간관계에서 강제를 가져오고 그것에 따른 개인의 소외를 낳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즉, 모두의 친목과 재미, 그 상황의 분위기를 위해서라면 개인 하나쯤 희생해도 된다는 생각은 공동체의 가치 중시가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예로부터 이어오는 전통을 없애면 안 된다는 생각도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하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는데, 분명한 것은 FM과 사발식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로 하여금 그것에 대한 비판 의식을 잃게 한다는 점이다.
고려대학교 막걸리대학교 아… 고려대학교…….
사발식과 FM에 대한 비판은 이제는 식상하리만큼 이곳저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또 다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마음 한 켠에 찜찜함을 품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고대 안에서 FM과 사발식이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고대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럼으로써 어느 한 개인의 소외를 가져오거나 단 한 사람에게라도 폭력이 된다면, 계속해서 이 문제에 대한 비판은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발식과 FM을 비판하는 지점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도 “서로 즐기자고 하는 건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보는 거지”라는 시각으로 비판자들을 바라본다. 한번쯤 해봐야 할 ‘고대문화’라는 생각에? 그것이 주는 즐거움 때문에? 하지만 결코 재미와 전통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을 혹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계속해도 된다는 정당성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민지|수습위원|carpediem22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