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평] <프랑스혁명과문학> 수강사

조회 수 6988 추천 수 0 2010.01.02 02:06:03
2008년 1학기
정명희선생님의 <프랑스혁명과문학> 수강사



‘현실을 파악하라’라는 말이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현실에는 어떻게 잘 사는 사람이 있는 한편,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다. 또 강철 같은 의지를 내보이다가도 실은 남의 눈치를 보며 남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겉으로는 단호한 태도를 지니며 고고한 성품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안으로는 우유부단의 결정체이다. 부, 지식, 명예를 가진다고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산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오히려 현실은 이러저러한 가치들에 대해서 상대적 인 태도를 취하는 인간들로만 가득한 듯 보인다. 그런 인간들이 모인 현실을 파악하는 것 또한 끝도 없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게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혼란뿐일까. ‘모든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할 권리가 있다’란말 처럼 혼란과 관계없이 당연하게 인정되는 진실이 있지 않을까. 프랑스 혁명은 그러한 진실을 뚜렷하게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리고 나는<프랑스 혁명과 문학> 수업에서 프랑스 혁명기에 대 한 공부를 하며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실을 파악하라’라는 말이 주는 현기증에 조금은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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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과 문학> 수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중간고사 이전 수업에서는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에서부터 1871년의 파리코뮌에 이르기까지100여 년에 걸친 광의의 프랑스 정치 혁명을 다뤘다. 프랑스 혁명이라면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 하나만을 떠올렸던 나에게 100년이나 걸리는 프랑스 혁명의 역사는 꽤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부르주아의 정치 혁명이 다 시 반동세력의 반혁명을 맞이하고, 그 안에서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이 성장하는 역사는 흥미진진했다. 그 속에서는 부르주아의 무 기였던‘자유’가 모든 민중의 가치로 전화되고 있었으며, 실질적 인 평등에 대한 열망이 싹트고 있었다.
 중간고사 이후 수업에서는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바탕으로 프랑스 대혁명을 다루는 문학작품을 접했다. 역사를 문학으로 되새김질하여 역사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더욱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당시를 그린 문학작품 속에서, 혁명은 몇몇 정치가들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프랑스에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은 시민혁명에 참가하여 혁명의 열기를 더하였으며, 혁명의 기운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 평등이라는 관념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몇몇 정치가가 아닌 무명의 시민들의 이미지들이 덧붙여지자, 프랑스 혁명의 ‘시민’혁명이라는 의의가 더욱 선명해졌다.
 특히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플로베르의『감정교육』에서 혁명기의 나약한 인간 군상은 너무도 현실적인 나머지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영광스러운 혁명의 시기 동안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 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잉여인간들이었다 - 좋은 교육을 받아 현실을 꿰뚫어 볼 수 있었으나 자신의 감정에 갇혀 버려 어떤 성취도 이 끌어내지 못하는 인간, 혁명기의 혼란상을 틈타 사기행각을 벌이는 인간……. 그러나 그 문학 작품 속에서 현실 직시의 결과는 그저 현기증 나는‘상대주의’로 끝나지 않았다. 작품은 다양한 인물들 사이 에 빛나는 한 남자에게서 눈길을 놓지 않는다. 그저 주인공의 주변 에 어쩌다 한 번씩 등장하는 뒤사르디에는 의도하지도 않게 혁명의 성취에 참여했다. 민중계급 출신으로 제대로 된 학업도 마치지 않았고 매우 순진한(촌스러운) 태도를 가졌으나 그는 결국 혁명의 열매 를 거두는 삶을 산다. 현실에 천착한 시각이 시대의 정확한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세계를 변화하는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말하는 소설 속에서 나는 위안과 믿음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정명희 선생님은 <프랑스 혁명과 문학>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발견하고 투쟁해나갔던 프랑스 혁명기의 삶의 태도가 실현되는 공간이기를 바라셨다. 수업은 학생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자각이 필요한 시간들이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서 학생들 간의 토론이 진행되었으며, 수업의 방식은 학기 중에도 자주 상기되었다. 방대한 역사를 다루는 수업인 만큼, 좀 더 많은 지식을 가진 선생님의 강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자신 나름의 해석이 중요한 것이기에,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뒷받침되어야 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네 번의 발표가 이뤄졌으며, 발표 뒤에는 혁명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 부딪히는 토론시간을 가졌다. 또한 문학 수업에서도 과제로 독서를 수행한 학생들 전부가 감상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들었던 수업은 20명 남짓한 소수 정원이어서 그랬는지, 학기가 마무리 될 정도에는 어떤 학생이 어떤 정치성을 가지고 있는지가 대강 보일 정도로 토론은 잘 이뤄졌다.

 <프랑스혁명과문학> 수업은 많은 양의 역사적 사실들을 다루었다. 또한 프랑스혁명기의 자코벵파, 지롱드파 등 다양한 정치사상에 관한 생각도 소화하는 것도 권장되었다. 그러나 이런 많은 양의 공부가 압박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현실을 디딤돌 삼아 생겨나는 ‘무엇이 옳은 주장인지’에 대한 의문이 그 많은 양의 생각들을 이끌었다. 물론 이는 수업에서 항상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 진실을 알 수 있다는 믿음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island in the sun|학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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