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전과 고연전 사이에서
1학기 수시에 합격하고 대학 생활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무렵 흥미로움과 궁금함으로 다가온 것이 있었다. 휘날리는 깃발과 넘실대는 파란 물결, 힘찬 응원가와 끊이지 않는 젊음의 행렬. 학교를 갓 들어온 수시 새내기에게 그것은 젊음의 표출이요, 열정의 집결지였다.
매년 10월이 되면 잠실 운동장은 파랑과 빨강의 빛으로 물이 든다. 우리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붉은 악마의 행렬도 아니요, 같은 색상의 머리끈과 조끼를 입고 시위하는 데모행렬도 아닌 그것은 바로 연고전이다.
연고전과 고연전의 양 진영 사이에서 응원의 열기를 뿜어내노라면 젊음의 에너지와 힘, 그리고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이 열정과 에너지를 통해 한국 대학생으로서 받는 정신적 압박도 해소한다. 공동체 의식으로 뭉쳐 건전한 젊음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연고전은 그것이 가진 오랜 전통만큼 가치 있는 문화이다.
그런데 이러한 건전한 문화를 엘리트주의와 학벌주의의 고착화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우수한 엘리트들만을 위한 울타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두 학교 사이의 순수한 문화적 교류를 엘리트 의식과 학벌주의의 산물이라 비판한다면 학교와 학생들 간에는 교류도 협조도 문화도 없어져야 하는 것인가. 그것이야 말로 오히려 학벌의 벽을 굳히는 것이 아닐까. 축제는 단지 축제일뿐이다. 순수하게 모여서 즐기고 돌아가는 대학생들의 평범한 문화요, 연고전인 것이다.
물론 연고전이 개선되어야할 점들도 지니고 있음은 사실이다. 질서의식과 공중도덕은 젊음의 축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많은 인파가 동시에 한 장소에 집결하다보니 주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들은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지 연고전 자체의 반대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혼잡함을 끼치는 모습은 이제 책임감 있는 대학생으로서 자제해야 할 모습이다. 그리고 장소를 못 가리는 응원과 과도한 뒤풀이 문화로 인해 상점에게 끼치는 폐해도 사라져야 한다. 열정과 행패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연고전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철저한 책임의식이 뒷받침된다면 자유로운 열정의 발산이 존중받게 될 것이다.
혹자는 연고전에 쏟아 붓는 예산을 교육적이고 건설적인 곳에 사용하자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잠시라도 젊음을 즐길 줄 알게끔 하고, 점점 더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이 세상에서 학교에 대한 사랑과 단결심을 고양시켜주는 연고전도 충분이 교육적이고 건설적이라 생각한다.
연세대학교ㅣ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