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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내가 고연전을 사랑하는 이유

조회 수 1919 추천 수 0 2007.04.10 02: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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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연전을 사랑하는 이유


누가 동아리에 가입신청을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들어오려 하냐고 물을 것이다. 순수한 호기심에서 묻는 것일 수도 있고 진지한 사람인지 아닌지 살피려 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새터든 무슨 자리든 왜 고대에 왔냐고는 묻지 않는다. 그 질문은 무의미한 질문으로, 그리하여 아무도 묻지 않으며 또 대답할 답도 없다. 원서를 잘 썼건 못 썼건 점수 맞춰 온 게 고대이고 단지 그 뿐이다.

고대에 대한 사랑은 합격 통지를 받은 그 순간 시작된다. 둘이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필요 없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이기에 사랑하는 것이다. 둘의 사랑은 다른 - 더 높은 - 학교가 자신을 받아들여준다는 비극적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된다. 모교는 바람피우다 좌절한, 그리하여 정신 차리고 돌아온 사람을 포근히 받아준다. 둘의 사랑은 뜨겁고 애틋하다.

이것은 비단 고대생만의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성적은 학생을 배타적으로 줄세우며 학생은 배타적인 성적을 위해 노력한다. 학교도 이미 배타적으로 줄세워져 있으므로 둘의 만남은 짝짝꿍이 맞는다. 온몸이 끊어질 듯한 서열 멍에의 긴장감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떨쳐버릴 수 없다면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운명이 못미더워 사랑하지 못한다해도 받아들이지 않기까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 더 괴로울 뿐이다. 애교심은 물론 오랜 벗에게 느끼는 순수한 애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벌사회라는 사각(死角)없는 교전지에서 애교심은 능동적 의미에서 자기 긍정이며 수동적으로는 자기 방어가 아닐 수 없고, 또한 순수한 연애 행각에 머무를 수 없고 데몬스트레이션이며 염장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연전

그리하여 1년 중 최대의 애교심 향연인 고연전은 고도의 전사회적 염장질이다. 순수함의 신화는 깨졌거나 최소한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고대에 대한 사랑은 수능 성적에 의한, 수능 성적에 대한 사랑이므로 순수하지 않고 설령 순수하다 하더라도 배타성에 근거하여 사람들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것이기에 순수할 수 없다.

순수한 것은 고연전이 아니라 고대의 혈통이다. 아리아 인을 능가하는 뜨거운 핏줄은 섞여지지 않고 위조되지 않으므로 순수하다. 고대는 이 순수함 속에서 하나가 된다. 정기전에서 고대는 연대와 싸우고 연대는 고대와 싸우는 것처럼 보이나 둘은 사실 백년가약의 훈훈한 인연이요, 진정한 적은 외부에 있다. 고대와 연대에게는 고대와 연대 아닌 것이 모두 적이요‘우리’외에 적 아닌 것이 없다.

청소년들은 ‘고연전 때문에 연고대 간다’고 말한다. 이는 거대한 광란의 축제 문화에 대한 동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말 현실적으로 말한다면, 고대와 연대 외의 학교가 그러한 격렬한 축제를 벌일 경우 동경은커녕 사회적 지탄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고대와 연대는 그럴만한 백그라운드가 된다. 선배들이 고연전의 앞도 봐주고 뒤도 봐준다.

고연전 때가 되면 언론기사와 대기업 후원금이 쏟아진다. 물론 기업의 후원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고연전에서 나오는 경쟁적, 승리적인 이미지는 기업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매개이며 그것을 이용하였을 따름이다.

“고대 서창캠퍼스 물리학과의 경우 2004년부터‘디스플레이·반도체 물리학과’로 아예 이름을 바꿨습니다.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실질적 지식과 기술을 지닌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문 인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또 안암캠퍼스의 화학공학과는 2004년부터 LG화학과 제휴해 실무 위주로 강의합니다.”- 어윤대 고려대학교 총장

기업 후원은 기업과 대학의 끈끈한 정을 만드는 계기에 불과하다. 기업은 투자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요구를 주문하고 대학은 그 요구를 받아들여 기업용 인재를 양성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재는 투입되어 기업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이러한 기업 활동은 일종의 특권이다. LG포스코관, SK관, 삼성관 등은 아무 기업이나 지을 수 있는건물이 아니며 또한 아무 대학에나 들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명문대의 배타적인 권위와 대기업 자본력의 러브샷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고대”를 크게 외쳐야 할 것이다.

사회불평등

극도로 불안정한, 그래서 불안한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안정을 붙잡으려 한다. 그것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으나 그것 외에 선택지가 없으므로 빗겨갈 수 없다. 학벌, 자격증, 어학(연수), 고시... 학벌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학입시는 청소년들의 전쟁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상은 온가족이 함께하는 전쟁이다. 공부하는 청소년은 가끔 자살하지만 돈 버는 부모는 훨씬 많이 목숨을 끊는다. 월 소득 5백만원 이상 가구 자녀의 월 사교육비 지출액은 평균 63만7천5백원인 것에 반해 월 소득 3백만원 미만 가구 자녀의 월 사교육비는 평균 20만3천3백원이다. 한편 두 집단 학생들의 2005학년도 수능 평균점수는 각각 316.86과 291.12였다. 서울 강남지역 학생들과 지방 읍면 지역 학생들의 수능 평균점수는 43.85점 차이가 난다.

물론 사교육비와 수능 점수 사이에 어떠한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 어쨌든 잘사는 집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간다는 결론에는 차이가 없다. 현실에서 잘 사는 사람들은 쪽집게 과외다, 미국 연수다 하며 자신의 급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덜 사는 사람들은 자식이라도 벗어나게 하기 위해 없는 형편에 더욱 사교육에 목을 맨다. 그러나 물량 차이는 극복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당하고 같이 껴도 밀린다. 결국 학력, 학벌은 소득의 제1요인이기에 쳇바퀴 돌듯 불평등은 구조화된다.

남겨진 이야기

고연전이라는 형태의 애교심을 비난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애교심은 당위적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순수하고 또한 태초부터 배타성에 근거하였으므로 과시적이라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학벌사회 안에서 승자의 개선(凱旋)을 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고연전은 고대‘안’에서 비판할 수 없고 학벌구조의 폐해를 떠나서 이야기될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명문대생의 겸손함과 매너에 대한 이야기에 불과할 것이다. 학벌 구조가 충분히 합리적이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연전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다만 즐기라. (사교육에)투자한 사람은 거둘 권리가 있고 명문대가 독식하는 것이 사회에 해악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냥 즐기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 대해 약간이라도 의문점을 갖고 있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멈추어 볼 필요가 있다. 고대생으로서, 고대를 벗어나고 학벌구조를 넘어서서 생각하라. 고연전은 이러한 의미에서 다가가야 하며, 거기서 현재의 고연전과 학벌구조에 대한 진지하고, 진보적인 대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고려대 4학년ㅣ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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