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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 방법이 없어 죽음을 택했다

조회 수 1700 추천 수 0 2007.04.10 01: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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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 없어 죽음을 택했다
- 10번째 자살한 사람의 유서 中

이주노동자들은 119 구급차 싸이렌 소리만 들려도 놀라서 산으로 도망친다. 지난 1월 인천에서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이발소에서 머리 깎다가 단속반 온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놀라 심장마비로 죽었다. 카자흐스탄 동포인 아리나씨(44세)는 지난 2002년 9월, 역시 이주노동자인 남편과 함께 입국해 천안의 모 금형회사에서 근무해오다 올해 초 해고됐다. 그리고 그녀는 체류 기간이 만료되던 날 새벽 목을 매어 자살했다. 누가 그들을 이렇게 움츠러들게 하였는가. 무엇이 그들의 숨통을 끊어 놓는가.

#1 고용허가제가 뭐길래

지난달 8월 17일은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지금 각계 각층에서는 고용허가제를 놓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부 주재 하에 “성공적인 시행이었다”며 축배를 들고 있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생사의 기로에서 고용허가제 시행을 규탄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각주 :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의 시행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으로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아 근로기준법 상의 노동권을 찾게 되었다. 기존의 산업연수생 제도 하에서의 이주노동자는 연수생 신분의 비자로 1년을 보낸 뒤에야 노동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를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양 국가의 정부 인력이 송·출입을 담당함으로써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왔던 송출비리를 근절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 고용허가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의 수를 줄이고 이주노동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또한 이 제도는 노동력의 사용주체라 할 수 있는 기업이 외국인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는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기존의 이주노동자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을 뿐이다.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핵심문제인 송출비리는 계속 자행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과거 음성적인 한국으로의 입국 루트를 각 국가의 정부기관과 한국의 정부기관이 긴밀하게 연계함으로써 투명하게 만들고자 했으나, 그것은 절차를 단일화 한 것에 불과할 뿐 입국절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기관이든 사설기관이든 간에 업체를 통해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모집, 신청절차, 입국비용, 한국취업을 위한 교육과정 및 고용계약 체결 후 입국까지의 일련의 과정마다 송출 비용에 엄청난 프리미엄이 매겨졌다. 특히 “한국어교육기관”이 새로운 브로커집단으로 변질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이런 엄청난 송출비용 때문에 빚더미에 오른 채 한국에 오게 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가 명시한 체류기간인 3년 동안에 결코 빚을 다 갚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비자 기한이 만료된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는 계속 늘어났다. 42만 명에 달하는 전체 이주노동자들 중에서 18만 6천명이 이미 고용허가제 시행에 의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채로 있으며, 올해 체류 허가 비자 시한이 만료되는 12만 명의 이주노동자를 합친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모두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 상반기만하더라도 필리핀.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9,185명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입국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합법화된 외국인근로자 자진출국기간’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사실상 정부의 정책은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늘어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데에만 열을 올릴 뿐이다. 악순환적인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강행되는 단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유린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있다.

#2 블랑카의 절규_ 덧씌우는 멍에

대다수 사람들은 MBC 프로그램『느낌표』에서 방영된“아시아 아시아”라는 코너에 등장한 블랑카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그 후 코미디 프로그램『폭소클럽』에서 패러디 되어 “사장님 나빠요!”로 잘 알려진 블랑카. 단순히 이주노동자들이 구타에 시달린다는 사실만 강조된 것은 아닌지. 오히려 이주노동자는 “원래 맞아야만 하는 노동자”로 각인되고, 몸속으로 잦아드는 웃음의 뒤편에 그들이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는 쉽게 간과된다. 정부의 이주노동자 단속은 이런 인식을 온전히 뒷받침 한다.

이주노동자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것은 물론이고, 가스총도 모자라 단속요원들이 짐승 사냥마냥 이주노동자를 둘러 싸 그물총까지 쏘며 잡고 있다. 이런 행태는 이미 언론에서 문제제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인천출입국관리소에서는 전기충격곤봉까지 동원하는 강경단속으로 인해 한 필리핀 노동자가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법이라는 미명 하에 제도적으로 속박한다. 사용자들은 그 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이용하여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고용허가제는 이를 용인?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시험에는 응시비가 있고, 취직을 하려고 해도 원서비를 내야한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취직하려면 그 대가가 너무 크다. 입국과정에서의 직장소개와 교육시설 소개명목과 교통비를 포함한 송출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송출비용은 그들의 삶에 멍에를 지우기 충분하다. 송출비용은 이주노동자들이 수년 간 벌어야만 하는 900~1,100달러가 42.5%로 가장 많았으며, 2,500~3,000달러 이상의 초고액을 지불한 노동자도 10%에 육박했다. 이 수치는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송출비용의 6배에 달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주노동자들은 엄청난 돈을 브로커에게 맡긴 채 보통 4~6개월에서 최고 1년까지 입국 대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정부에서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입국 전 한국에서의 생활 교육’역시 미흡한 한국어 교육에 작업과 동떨어진 기술기능교육을 하고 있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전 구체적인 업무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한국으로 유입된다. 심지어 회사이름조차 모르고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와서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고용허가제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작업장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미 송출비리로 인해 진 빚을 갚기 위해 작업장의 근무환경은 고려할 새도 없이 무조건 돈을 조금이라도 많이 주는 작업장을 찾게 된다. 하지만 작업장에서는 그들의 이런 처지를 철저히 이용한다. 일단 공장에 들어가면 고용주에게 신분증을 빼앗기기도 하고, 3년 동안 고용주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작업장을 옮길 수 없다. 설사 옮기려 해도 횟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1년간 계약을 하기 때문에 작업장에 묶여있는 신세다. 게다가 국내 노동법도 잘 모를뿐더러 말까지 잘 안 통하는 이주노동자는 불이익을 받아도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의 월평균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64~70만원이 가장 높은 비율 38.5%(각주 :『이주노동자인권연대』)을 차지했으며 90만원도 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74.6%(각주 :『이주노동자인권연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도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12시간 이상 장시간노동을 하고 있는 경우도 50%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계약위반이라든가 저임금. 임금 체불에 대해 항의라도 하면 폭언과 폭행은 물론이고 해고와 함께 강제출국이라는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이런 악조건적인 작업 환경도 모자라 정부의 일방적인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한국에 3년 이상 있었던 기존의 이주노동자들은 한 순간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블랑카를 절규하게 한 허울만 좋은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 정책에 있어서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음성적인 모집과정 속에서 불투명한 송출절차로 인해 엄청난 빚을 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불평등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이주노동자들이 좋은 직장을 선택할 권리를 잃게 되는 결과를 낳게 한다. 게다가 고용허가제가 공고히 하는 작업장 이동의 제한(부자유)과 더불어 이주노동자는 저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과 임금체불까지 당하게 된다. 또한 더 큰 인권문제인 구타와 욕설이 감행될 뿐만 아니라, 열악한 시설에서 생활하며 작업부상을 치료하지도 못한 채 숨죽이며 살고 있다. 더욱이 체류기간이 만료되었지만 타국에 와서 빚만 지고 갈 수 없어서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갈수록 늘어만 간다. 그들은 악덕 고용주에 표적이 되어 철저히 착취하는 작태 또한 나날이 가혹해지고 있다.

#3 눈 가리고 아웅

산업연수제의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시행된 고용허가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산업연수제는 연장, 병행되어 시행되고(산업연수제는 2007년에 폐지된다고 한다.) 있다.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제의 폐해인 작업장 이동의 부자유나 송출비리를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합법화된 이주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작업장에 투입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더불어 정부는 외국인이 한국에 합법적으로 5년 이상 체류할 경우 주어지는 권리들을 주지 않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용허가제가 안고 있는 독소조항들을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노동비자 발급과 국내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동 3권의 보장이다. 그러나 그들은 공장의 기계부품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4 인권 후진국

우리도 지난 세월 하와이에서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하고, 독일에서 간호사와 광부로 일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 이주노동자는 그와 같은 열악한 조건에서 노동하거나 그보다 더 가혹한 처지에 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지금 이 시간에도 그리운 모국을 뒤로 한 채 구조적 억압 속에서 약소국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구타 당하고 억압받는 이주노동자들. 그들이 국내 노동자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5년 이상의 장기체류 허가, 강제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산업연수생제도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도원|편집위원|missthesea1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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