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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성노동자 운동, 이대로 괜찮은걸까?

조회 수 1690 추천 수 0 2007.04.10 01: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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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운동, 이대로 괜찮은걸까?


9월 23일이면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이 시행된 지 일 년이다. 작년 성특법이 막 입법화되었을 때 이는 세간의 뜨거운 감자였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출범한 노무현정부가 사실 온갖 친자본적인 정책들만 펼쳐대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행보에 착실히 발맞추어 나감과 동시에 던진 위선적인 도덕성으로 점철된 성특법. 이러한 -성매매여성들의 실질적인 탈성매매와 자활대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성매매 밀집지역에 대한 막무가내 단속 중심의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법안을 두고 각 사회단체들은 각기 다른 입장으로 비판 성명서를 제출하며 정부와 자본가들의 도덕적 우위를 뽐내려는 얄팍한 술수를 규탄하고 성매매를 둘러싼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결속을 폭로했다. 성특법에 반대한 것은 비단 사회단체들만이 아니었다. 그 당시 국회 앞에서는 성매매여성들이‘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었고 이들은 현재 전국성노동자연대 한터여종사자연맹(이하 전성노련)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성노동자로 규정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시행 일 년차인 성특법을 앞두고 전성노련의 활동과 더불어 성매매여성들을 성노동자로 볼 것인가란 문제와 성특법의 한계를 타개할 새로운 법제도 방향의 제시가 화두로 떠올랐다.

전성노련의 성노동자 주장에 대해 사회단체들의 지지표명이 줄을 잇고 있고 민주성노동자연대라는 것이 분화되어 따로 출범하기까지 한 이 시점에서 나는 여성해방과 노동해방을 바라는 여성으로서 현재의 성노동자 운동에 대해 말을 해보련다.

성매매여성이 주체로 서다

그동안 성매매에 관한 무수한 담론들 사이에서 정작 성매매여성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다. 많은 여성ㆍ사회단체들이 성매매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를 설명하며 성매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많은 이야기를 해왔지만 당사자인 성매매여성들의 입장은 없었다. 하지만 성특법 시행 이후 그녀들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정부의 일방적인 금지주의 정책을 단호하게 비판했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경제적 열악함 속에서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택할 수밖에 없었던 성매매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자활정책 하나 제시하지 못한 채 단속위주 방침으로 자신들을 더욱 낭떠러지로 내모는 정부에 대해 더 이상 참지 않고 입을 뗀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정부정책에 맞서 성매매 여성들이 주체로서 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은 그 자체만으로는 환영할 일이다.

전성노련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에 관해 성매매 여성의 주체성을 드러낸 이들은 자신들을 성노동자로 정체화하며 주장한다. 성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 건강권을 쟁취할 것을. 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인권유린 및 범죄적 형태(인신매매, 감금, 갈취, 폭행 등)의 성매매를 저지할 것을.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할 것을. 뿐만 아니라, 정직한 업주와의‘합리적 민주적 관계’를 추구하며 성구매자 남성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성매매 여성들의 안정된 ‘직업’과 안전한‘노동환경’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주장하는 성노동자 인정,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성매매 비범죄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결탁, 성매매

성매매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성을 사고파는 행위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성을 사고파는 행위’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구조를 인식할 수 있다.

맑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에서 나타난 혁명적 변화들을 이야기한다. 종교적 정치적 환상 속에 은폐돼있던 착취들이 공공연한 것으로 바뀌고 모든 봉건적 목가적 관계들은 파괴되었으며 신분이 가지는 권위, 신성함은 모독당했다. 이는 팽창하는 생산성을 담보할 생산양식이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는 변화였으며, 그 결과로 우리는 현재 자본주의의 끝자락에 살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모든 봉건적 믿음과 관계들을 해체시킨 것은 아니었다. 자본주의 이전부터 있었던 가부장제만큼은 그대로 받아들여와 이를 유지, 활용하고 있다. 가부장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력적 우위를 강화시키고 때로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계급모순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이는 현 시기 여성해방이라는 미룰 수 없는 과제 -그리고 이것은 노동해방과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를 많은 사람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교묘한 결합 속에서 성매매는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가.

체 게바라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만큼 뭐든지 돈만 된다면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성 또한 빌어먹게도 예외일 수 없다. 성을 대상화하는 광고와 상품들은 판을 치고 자본주의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성매매 역시도 하나의 엄청난 경제규모를 가진‘성산업’으로 안착하였다. 화폐를 매개로한 성의 매매가‘당연한’게 되어버린 것이다. 여성의 자아와 신체의 분리경험이 일상화된 셈이다.

성매매는 남성구매자가 성매매여성의 성기를 포함한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통째로 사는 행위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여성이 돈을 받고 몸에 대한 자기통제권을 남성에게 전부 위임하는 것이며 이는 자신의 자아와 신체가 분리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상실하는 순간, 이는 강간의 경험과 일치한다. 성매매여성이 강간 및 폭력과 성매매 행위를 구분하는 기준은 화대지불의 유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남성구매자의 입장에서 성매매는 단순히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성의 성을 사는 행위, 돈을 주고 여성의 몸을 자신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행위로부터 남성은 자신의 권력적 우위를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하게 된다. 여성을 성적 존재로 규정하고 자신의 지휘 하에 두는 경험은 여성일반에 대한 인식 (각주 : 여성의 성은 대상화되어‘따먹는다’라는 표현이 일반화돼 있는 것처럼 남성들에 의해 쟁취해고 얻어내야 할 것으로 인식된다.) 으로 이어지며 가부장제를 고착화시키는 잠재적 혹은 공공연한 인식을 재생산해낸다. 여성의 성은 남성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 행위를 반복하기 위한 남성구매자들의 수요에 의하여 여성의 성매매 공급은 계속해서 이루어진다. 800만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인 것처럼 여성의 노동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지금, 가속화되는 자본주의의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본가들의 경쟁이 인력감축과 임금감축으로 나타나면서 여성은 언제나 해고0순위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결탁 하에 자신의 생존거점을 잃은 여성은 성매매의 늪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성노동자와 성매매 비범죄화의 근거- 자발적 성매매와 성매매여성에 대한 부정적 사회낙인

전성노련은 성매매여성 역시 노동자이고 비정규직이기에 법적으로 노동을 인정받고 또한 안전한 노동환경을 확보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한 자신들은 인신매매나 감금, 부당한 채무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성매매에 반대하며 성매매여성들의 권익과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성노동자 운동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세계여성헌장에 표기된 성매매(sex trafficking)를“성노동자의 의사에 반(反)하는 강제적 성매매“로 수정하고‘자발적 성노동(sex working)은 무관함’이라고 단서를 첨부하라고 요구할 만큼 성매매행위의 자발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의 자발적 선택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자발적이지 못하다. 단적인 예로 성매매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그만 둘 수 있는가. 여성을 성매매로 내모는 사회구조와 인식 속에서 우리는 ‘자발과 강제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또한 그들은 안정적인 ‘직업’과 안전한 노동환경 확보와 더불어, 채무노예가 아닌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한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부정적 사회낙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성매매는 비범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범죄화를 통한 성매매의 법적 보장이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전제일 수는 없다. 부정한 여성과 정숙한 여성이라는 이분법은 남성의 권력적 위치를 담보하는 가부장제가 딛고 서 있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매매여성들이 진정으로 주장해야 할 것은, 성매매의 비범죄화가 아니라 성매매가 어떠한 사회구조적 맥락 안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본질을 폭로하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사회변혁 운동이 되려면

성매매가 성폭력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과 별개로 성매매는 현재 성매매여성들에게는 생존의 근거다. 그렇기에 성매매여성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대책없이 파괴하려는 정부에 항의해 성매매 비범죄화, 성노동자 인정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았듯이, 성매매는 가부장제를 공고히 하는 기제로서 자본주의에 의해 그 규모가 크게 확장된, 결국은 철폐되어야 하고 없어져야 할 것이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받기 위해서, 성매매근절과 성매매여성의 탈성매매는 여성해방의 발로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성매매 여성들은 성노동자로서 자신의 노동을 긍정하고 성매매 비범죄화를 주장하기 보다는 탈성매매 대책을 가지고 정부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

전성노련은 지난 7월 3일, 세계여성행진에서 성노동자운동은 빈민운동이며 사회변혁 운동이라고 이야기했다. 자본주의 끝자락에서 여성의 빈곤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성노동자운동은 빈민운동의 일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매매 비범죄화는 사회변혁의 구호가 될 순 없다. 성노동자운동이 진정한 사회변혁 운동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면 지금의 운동이 성매매여성들의 조직화 과정 속에서, 이 땅의 남성권력이 여성을 어떻게 억압하고 있는지, 그것이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는지에 대한 의식을 체득하는 한 과정으로 위치해야 한다. 성매매여성들의 열악한‘노동’환경과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싸움에는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것의 궁극적 목적은 탈성매매가 돼야 한다.


장옥희|여성해방과 노동해방의 깃발 아래서 고군분투 중 zellym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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