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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체제에 짓눌려 스스로를 불태운 최초의 여성 록커

조회 수 1528 추천 수 0 2007.04.10 01: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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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에 짓눌려 스스로를 불태운 최초의 여성 록커
세상에 뿌려진 음악만큼 - 제니스 조플린


몇 년 전, 미국 텍사스 주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한 흑인을 차에 매달아 찢어 죽인 일이 있었다. 고대 중국의 거열형을 연상케 하는 이 끔찍한 사건은 이라크에서 분탕질을 치고 있는 부시가 주지사이던 1999년에 일어났다. 평범한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온갖 종류의 역겨운 차별이 지구 곳곳에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낮은 임금을 주는 ?흑인 노동자들에게는 말 할 것도 없다? 주(州) 가운데 하나인 텍사스에 미국에서 가장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이 횡행한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런 사회에서 억압받는 사람의 일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텍사스 오스틴 대학 재학 시절 학생들 사이에서“캠퍼스의 가장 못생긴 남자”로 뽑혔던‘못생긴 백인 계집애’, 그러나“그녀가 입을 떼는 순간 이제까지의 모든 노래부르기 역사는 사기였음이 드러났다”는 칭송을 받은 재니스 조플린은 바로 이 텍사스 주의 소도시 포트 아더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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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에 태어나 전후 호황기에 유년 시절을 보낸 재니스는 그녀의 텍사스 시절을“갈등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여성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그녀는‘별난 아이’취급이나 받기 일쑤였고“ 주말이면 남자애들과 어울려 영화 보러가고 콜라나 좋아하는 텍사스 여자 아이들”(재니스 조플린의 회고 중에서) 속에서 언제나 혼자인 채로 보내야 했다. 또래 친구들로부터는 늘 따돌림을 당했고, 그럴수록 점점 더 자기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이때부터 이 세상에 기댈 곳은 없다고 생각했으며 평생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점차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것에 익숙해졌다.

결국 조플린은 18세 되던 61년 고향 텍사스를 떠나 휴스턴에서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5년 동안은 여기저기 떠돌며 일하고 노래하는 고된 삶의 연속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오스틴 대학에서의 일도 이 시기에 일어났다) 그녀는 이 기간 동안 세상 살이의 힘겨움과 더러움을 절감했고, 세상이 점차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아예 저버리게 되었다. 희망을 버린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더러운 세상을 저주하거나 술과 약물에 젖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뿐이었다. 아니면 노래하거나.

66년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조플린은 블루스 밴드 Big Brother & The Holding Company 에서 노래하게 되었다. 겨우 23살의 나이였지만 그녀는 샌프란시스코 록의 스타였다. 이때까지 존 바에즈나 주디 콜린스 같이 맑고 고운 소프라노 음색이 여성 보컬의 전부인 줄 알았던 당시 사람들에게, 몸 안의 모든 힘을 일시에 쏟아져 내는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헝클어진 긴 금발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어대는 재니스 조플린은 충격 그 자체였다. 노래라기보다 절규나 비명에 가까운 조플린의 엄청난 에너지는 자유기고가 필립 제이콥스로 하여금“그녀의 고통스런 외침은 단지 노래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그것은 귀신 쫓기 의식이었다”고 적게 했을 정도였다.

재니스 조플린은 라이브마다 사람들에게“껍데기를 벗고 느껴보라”고 외쳤다. 이것은 위선과 가식을 내던지고 공연을 즐겨 보자는 의미였을 뿐 아니라 도덕관념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녀는 공공연히 무수한 남자와 성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으며 실제로도 그랬다. 그 때까지만 해도 ?어쩌면 지금까지도? 여성이 노골적으로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재니스는 거칠 것이 없었다. 60년대 말의 미국의 뜨거웠던 사회 분위기 ?이에 대해서는 고대문화 5?6월호에 실린 밥 딜런과 조안 바에즈에 대한 나의 글을 참고하시라? 를 타고, 재니스 조플린은 이내 자유와 모든 금지된 것을 깨부수는 상징이 되었다. 그녀는 블루스를 통해 열정과 절망, 저항을 한꺼번에 표현했고 모든 한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힘과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쾌락에 대한 갈망을 노골적으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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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딩 컴퍼니와 함께하기 시작한 다음 해인 1967년 6월에 데뷔 공연을 갖고 작은 레코드사와 계약한 후 재니스 조플린은 이듬해 8월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신화적 명성을 얻게 된다. 주된 비결은 재니스의 폭발적인 창법과 무대 매너였는데, 이에 힘입어 바로 다음 달에 급히 Demo-Tape을 긁어모아 만든 첫 앨범을 내게 된다. (이 앨범의 음악 자체는 큰 호평을 받았으나, 급하게 제작된지라 제작의 질이 워낙에 나빴던 탓으로 71년에 유명한 Colombia 에서 재발매된다.) 68년 초 새 매니저와 계약하고 Colombia 로 이적한 조플린과 그녀의 밴드는 곧-공전의 히트를 기록한-2집 <CheapThrill> 를 발표하는데, 이 때 그녀의 나이 25세였다.

이제 재니스 조플린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가수가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대중 속에서 더욱 진한 고독을 느꼈다. 샌프란시스코의 필모어 극장이나 애벌런 볼룸 같은 곳에서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약물중개상은 마약에 찌든 그녀의 돈을 갈취해갔고, 친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그녀를 속였다. 그녀의 삶은 블루스Blues 그 자체였다. 그녀는“나는 무대에서 2만 5천명의 사람들과 섹스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는 늘 혼자다.”라는 말로 자신의 고독을 드러내곤 했다. 조플린은 어린 시절 그녀를 좌절하게 했던 거대한 여성 억압에 짓눌린 불쌍한“괴물Freak”이었다. 남성 위주의 록음악계에서 몇 안 되는 여성 록 가수들이 받아야 했던 차별과 냉대는 재니스 조플린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빅 브라더 앤홀딩 컴퍼니를 탈퇴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으나, 이것은 그녀에게나 밴드에게나 재앙이었다. 음악만을 놓고 보면, 빅 브라더 앤 홀딩 컴퍼니는 재니스 조플린을 재니스 조플린답게 해주는 그 무엇이 있었다. 홀딩 컴퍼니는 재니스의 목소리가 가진 생생함을 조절해주고 악기와 선명한 대비를 이뤄 보컬을 드러나게 해 주는 밴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제 그녀는 친구들 없이 혼자서 현실에 맞서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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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 말 빅 브라더 앤 홀딩 컴퍼니와의 결별 이후 재니스 조플린의 삶은 그녀의 짧은 생애 동안 갖지 못했던 안정을 향한 희구의 과정이었다. 이 밴드 저 그룹을 전전하며 노래하는 생활이 계속되었고,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섹스했다. 새로 결성한 밴드 Kozmic Blues Band 는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그녀에게 있어 음악과 삶의 안식처이기보다는 그녀의 노래에 단순히 반주만 넣는 백밴드에 불과했다. 술과 마약은 점점 그녀의 몸을 좀먹어 갔고, 폭음과 환락에 탐닉했다. 폭음과 환락이 그녀의 인생을 망칠 것이라는 충고에도 그녀는“술에 취하는 것이야말로 못난 내게 가장 잘 맞는 행위”라고 대꾸할 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변했다. 그녀는 죽기 전에 세스 모건이란 뉴욕 출신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버클리 대학생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가정을 갖고 안정된 삶을 살고자 하는 그녀의 열망은 대단히 커서,“ 야수성”의 상징이었던 그 재니스 조플린이 이제까지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자 할 정도였다. 그녀는 꿈에도 그리던 평온한 가정을 일굴 수 있다는 소망에 가득 찼고, 그것은 음악적으로는 몸을 혹사하던 블루스 록, 사이키델릭 록 일변도에서 벗어나 소울 발라드를 시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바로 그 음반이 현재까지도 불후의 명반으로 기억되고 있는 < 진주(Pearl)>이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이런 시도와 음반의 완성도에 대해 흡족해 했다. 그러나 제니스 조플린은 지미 핸드릭스가 세상을 떠난 지 며칠 후인 70년 10월 4일 할리우드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다. 급하게 결혼식을 서두르고 있던 중에 생긴 일이었다. 의학적 사인은 헤로인 과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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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니스 조플린은 그 음악이 인물과 같은 비중으로 중시되는 몇 안 되는 록 스타이다. 부자와 빈자로 격렬한 분화가 일어나는 동시에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통해 폭발한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과 희망, 좌절을 온 삶으로 보여주었으며, 주류사회의 폭력성을 감성으로 느끼고 갖은 반항과 대담한 실험을 통해 이에 저항했다. 그녀는 히피 플라워 무브먼트의 역사이자 신화였으며 록음악계 안에서 성 해방까지 포괄하는 여성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이야기될 수 있도록 한 페미니스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음악은 최고이다. 역사상 최고의 록 아티스트였던 그녀의 등장 이후 록음악을 하겠다는 모든 여성들은 그녀를 뛰어넘고자 하는 이나 그녀를 무시하고자 하는 이나 상관없이 모두 재니스 조플린이란 거대한 그림자와 비교되거나 싸워야만 했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에게 그녀의 작렬하는 음악에 한 번 빠져보기를 권한다.


준효|zephyrus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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