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측이 등록금과 함께 일괄 징수해오던 학생회비를 이번학기부터 등록금과 분리해서 걷기로 했다. 학교 측에서 이는 납부자의 선택을 존중함으로써 학생들의 자율성을 살리겠다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고 밝혔지만 부당하게 이루어진 면이 적지 않아 5.2 사태 이후 시끌벅적했던 캠퍼스에 또 다른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학생회가 도대체 학생회비로 학생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다. 학생회가 하는 일이 홍보가 덜 이루어진 면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선 논란의 진원지인 학생회비와 그것을 운용하는 학생회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백주년 기념관의 4층 열람실을 이용하는 학생이 많다. 하지만 그 열람실이 학생회의 투쟁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애초에 4층 열람실은 연회장으로 설계됐으나 이를 열람실로 바꾼 것은 학생회였다. 지난 비상총회 때 투쟁을 통해 10억 장학금을 확충한 것과 작년 사범대 분관을 부수고 호텔을 지으려는 계획을 무산시킨 것, 교양관을 학생들에게 개방시킨 것도 학생회였다. 매년 있는 등록금 투쟁도 학생회가 하고 있다. 이런 큰 틀의 활동들 말고도 학생회는 학생들의 일상적 생활과 복지를 위해 노력한다. 당장 있을 고연전과 연례행사인 새터, 4.18 대장정도 학생회가 준비한다. 또한 사물함 관리, 양심우산, 중도 열람실 자리 맡지 말기 운동도 학생회가 하고 있는 활동들이다.
이런 학생회 활동의 원천이 바로 학생회비이다. 학생회비는 위의 활동비로 쓰일 뿐만 아니라 학내 각종 동아리 및 자치 활동의 지원비로 쓰인다. 우리가 낸 학생회비는 우리를 위하여 쓰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납부방식을 바꾸면 납입되는 학생회비도 줄어들 것이고 이는 학생회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학생을 위한 활동이 제약받게 될것이다.
이번 분리납부가 옳고 그르고의 가치판단을 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절차적 정의를 따르지 않은 것도 적절하지 못했다. 학교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해오던 학생들에 대한 일방적 통보를 이번에도 되풀이했다. 학생회비를 내고 안 내고를 결정해야 할 주체는 학교가 아닌 학생이다. 학생회비 납부여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이 학생들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과정에 학교가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 가까운 예로 연세대에서는 학생회비 납부방식을 학생회 측에서 건의했고 그 건의안을 학교에서 받아들였다.
또한 학교 측의 갑작스런 납부방식 변경은 학생회비 예산 집행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줄어든 납부액으로는 애초에 세웠던 예산안을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는 이런 혼란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
학생처장은 기존의 일괄납부 방식이 학생들의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독재시대의 산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것은 지독한 위선이다. 매년 있어온 등록금의 인상, 이건희에 대한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 때도 학교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몰아갔다. 그런 학교가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는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학교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학생의견의 다양성을 탄압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학내에는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모임들이 있다. 각자의 취미에서부터 정치적 입장까지 각양각색이다.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모임의 운영에 학생회비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재정적으로 어려워질 모임이 많아질 것이다.
어려워진 상황에 직면한 학생회는 그동안의 투쟁의 성과들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학생회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쳐나가는 데 힘써야 하겠다. 또한 학생들도 계절학기 등록금을 아무렇지 않게 35%나 인상을 하는 학교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학생회와 학생회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학생회 탄압이 아니길 바라고 앞으로도 없기를 바란다.
안신영|국제어문학부 05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