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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 살 맛 나는 신문?

조회 수 1614 추천 수 0 2007.04.10 0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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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맛 나는 신문?


작위(作爲) 마음먹고 벌인 짓이나 행동. ↔ 부작위
부?작위(不作爲)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일부러 하지 않는 일. ↔ 작위

권력의 힘은 사회의 중심의제를 설정하거나 자의적으로 만들어내는‘작위적 권한’뿐 아니라 어떤 사항을 폐기처분하는‘부작위적 권한’으로 구성된다.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이“시장으로 권력은 넘어갔다”고 말해도 그 자신의 입 밖으로 나온‘연정론’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것만 봐도 그의 권력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부 수뇌부만큼이나, 어쩌면 더욱 커다란 권력을 쥐고 있는 집단은‘제4부’(각주 : 3부란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를 일컫는 말이며 최근에 시민단체가 5부로 등장했다.) 라고 불리는 언론이다. 이번 ‘국정원 X파일’에 관한 중앙일보의 보도 작태를 보면 그 권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7월 21일<조선일보> 는 mbc 이상호 기자의 ‘X파일’에 대해 그 실체를 확인 보도했다. 다음날 7월 22일 MBC 뉴스데스크가 집중보도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었다. 이후 보수언론은 세인의 관심이 삼성을 ‘정언경’이 어떻게 떠받치고 있는지에 쏠리기 전에 ‘불법도청’에 초점을 맞추려고 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화살은 자료를 입수한 이상호 기자에게 돌아갔다. 이 기자가 제보자인 박인희씨에게 대가성 금품을 준 게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에 먼저 조사를 받으러 가야했던 사람은 국정원장도, 전직 대통령도, 기업 중역도, 기업 총수도 아닌 이상호 기자였다. 이 기자는 20일 한 대학언론 강좌에서 ‘X파일’관련 질문을 받고 “기자로서 중요한 사안이라 생각하기에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할 각오가 돼있다.”고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삼 정부시절 안기부 1국장과 1차장을 지낸 정형근 의원은‘미림팀’의 존재에 대해“금시초문이다”라고 부인하며“조선일보가 라이벌 신문과의 관계를 의식해서 그런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보도내용에 따르면 1차장을 거쳐간 인물 총 6명 중 4명에게만 (미림팀의 활동이) 보고되었고 그 중 지금도 정치력을 인정받는 J씨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 6명중 J씨는 한 명이어서 정 의원의 말에 의구심이 들지만 그가 조선일보에 대해서 한 말은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다. 라이벌 조선일보와 달리 중앙일보가 이런 상품성있는 기사를 쓰지 못하다가 고작 ‘반성문’이나 써야만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전 중앙일보사장 홍석현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7, 8년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7월 2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그러나 그 후 여론이 안좋자 8월 5일 중앙일보 2면에‘중앙일보 기자들은 다짐합니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1997년 대선에서 삼성과 정치권의 비리에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개입한 사실에 대해 국민을 실망시켜 깊이 반성하며“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제 독자와 국민을 두려워하는 겸허한 자세로 더 힘차게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억지로 들어오게된 이 판에서 결코 앞서 달리지 않는다. 사건에 연관된 정ㆍ언ㆍ경ㆍ검 중에 과거 정부의 대통령과 국정원장, 정부통신부 장관에게만 뛰라고 한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70%가 공개를 원한다”면서‘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특별법 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주장은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에 빠져 법치주의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위험성이 크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헌정을 부인할 만한 혁명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사설] 불법 도청 근절은 옳다. 그러나 …2005.08.09 중앙일보)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포퓰리즘은 대한민국 헌정을 뒤집어엎으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정치권에서‘국정원 X파일’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자 특별법은 안 된다고 생 때를 쓴다.

“의혹 사건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면 검찰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고“검찰 수사 와중에 검증기구를 설치해 활동하게 한다면 조사에 혼선이 불가피”하며“또 위원들에게 테이프 내용에 대해 절대 비밀을 준수토록 한다지만 과연 언제까지 보안이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각주 : [사설] 제3기구 아닌 검찰이 수사해야 2005.08.01 중앙일보) 맞는 말이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막말을 늘어놓다 노회찬의원이 이학수 삼성구조본부장과 홍석현씨가 검사들에게 줄 명절 떡값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도청녹취록을 공개하자 잠시 잠잠해진다.

“서울변호사회는 이와 함께 도청 테이프에 거론된 전.현직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사, 법원의 방송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MBC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서울변호사회의 지적대로 다수의 힘에 의해 소수를 억압하지 않고, 실정법을 통해 헌법의 기본이념을 실현해 가는 것이 민주국가요, 법치국가다. 그럼에도 정치논리로 통신의 자유를 지키려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무력화하려 한다. 특별법이든 특검법이든 불법 도청내용을 공개할 때 부딪치는 위헌적 위법 문제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래서는 우리 사회가 반문명 국가로 전락하고 관음증 환자나 파파라치 양성소가 될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사설] “도청 내용 공개는 반민주, 반법치”2005.08.24 중앙일보)

“서울변회는“O양 비디오 사건과 연예인 X파일 사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현역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의 미명하에 도청 내용을 공개하고 정당과 시민단체는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채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2005.08.24 중앙일보)

잠시 조용히 있던 중앙일보는 자기 입으로 말하긴 민망했는지 서울지방변호사회를 띄어 준다. 이 단체 회원 중 떡값검사 녹취록에 실명이 거론된 사람이 4명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각주 : 노컷 뉴스 8월 24일) O양 비디오 사건이나 연예인 X파일 사건과 안기부 X파일 사건을 구분하지 않고“관음증 환자나 파파라치 양성소”될 것이라“걱정”하다니. 입 안이 벙벙해지고 손끝이 마비되는 느낌이다.

얼마 전 KBS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225명의 언론인을 대상으로‘삼성그룹과 관련된 비판적 기사를 기획하거나 보도할 때 부담을 느끼고 있냐’는 물음에 70.4%가, 기사가 축소되거나 삭제되는 것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냐‘는 물음에 74.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삼성 보도가 어려운 이유로는‘삼성측의 로비’(39.8%)와‘광고에 대한 압력’(28.8%)을 꼽았다. (각주 : 손석춘의『신문읽기의 혁명』에 삼성의료원을 심층취재한 평기자와 한 마디 상의없이 편집국의 결정으로 기사가 삼성기업광고로 바뀌는 과정이 나와 있으니 궁금하면 읽어보시길) 삼성의 돈이 얼마나 막강한 위력 을 발휘하는지는 8월 12일‘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한국광고데이터에 드러난다. 삼성그룹이 2004년에 지상파 방송과 중앙ㆍ지방지 등의 신문에 쏟아 부은 광고비는 무려 1480억원이나 된다. 광고비가 집행된 순위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MBC가 593억원으로 지상파 방송 중에 제일 많았고 종합일간지의 경우는 중앙일보가 125억원으로 1위였다.

앞서 언급한 다짐에서 중앙일보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99년 이후 삼성과 분리되어 “2002년 대선 보도 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국민을 두려워하는 겸허한 자세로 일하겠다는 그들의 다짐은 공허하기만 하다. 중앙일보가 삼성에서 분리되었다고 해도 사주의 친척이자 광고주인‘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중앙일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불법도청사건이라도 그들의 대처는 그때 그때 다르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검색창에 ‘삼성SDI’를 검색해보니 ‘삼성 SDI의 생산능력 세계톱’, ‘세계최대 102인치 PDP 개발’, ‘사원이 낸 이웃돕기 성금만큼 회사도 후원금’, ‘삼성SDI 울산환경대상수상’ 같은 기업 홍보성 기사로 가득하다. 불법도청에 그렇게도 민감하여“민주국가”,“ 법치국가”운운하면서 정작 근로 기준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기업이 짓밟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겨우 두 개의 짧은 기사만을 지면 구석진 곳에 배치시켜 놓았을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국민’에 삼성은 있되 삼성그룹 소속 노동자는 없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균형성이 없을 수는 없다.

이렇듯 보수언론의‘작위적능력’과‘부작위적능력’은 마땅히 이슈가 되어야 할 사안을 축소ㆍ은폐했다. 광고주에 의해 언론이 종속되어 있는 상황은 언론의 기능을 마비시켜 삼성의 그늘에 침묵하게 했고 그 결과 지금의 형국까지 온 건은 아닌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살 맛이 나는지.

오균|편집위원|lucky592@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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