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고대 총학생회가 남긴 것
세종|편집위원|halbschatten@gmail.com
1년 전 그때는43대 총학생회 선거가 끝난 지금, 42대 총학생회 선거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게 된다. 최근까지 총학생회의 역할 가운데 사회참여와 복지를 대립적인 것으로 놓는 프레임이 유행해왔다. 2006년 진행된 40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고대공감대 선본이 당선된 이후, 이 프레임은 거의 굳어지는 듯했다.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전에 학우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으라는 주류가 된 것이다. 그 결과 공감대 총학생회는 이듬해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8년 들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현안들이 한국 사회 전반을 강타했다. 2008년 중순을 달군 촛불집회, 대운하 사업, 그리고 세계적 경제위기까지……. 그로 인해 샘솟은 요구들은 2008년 12월에 있었던 42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이변을 불러일으켰다. 반MB, 반신자유주의 기조를 선명하게 내세운 <젊은 고대, 깨어나다!(이하 젊은고대)> 선본이52%의 득표율로 당선된 것이다. ‘원조복지’를 주전략으로 삼은 <고대공감대2009> 선본은 46%의 지지를 얻었다. 당시일부 투표소가 무효처리되는 등 선관위의 미숙한 선거관리가 지적되기는 했으나 무효가 된 표를 포함하더라도 젊은고대 선본의 당선은 확실한 상황이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젊은고대 선본은 강력한 투쟁,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외치며 당선되었다. 물론 2년간 활동해온 고대공감대 총학생회가 내세운 복지에 대한 호응이 좋았고 또 41대 공감대 총학은 사회참여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고대공감대2009> 선본이 41대 총학의 사회참여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했음에도 낙선한 데는, 공감대총학생회의 활동이 현실의 문제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더욱 깊은 지점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감대 총학생회까지도 사회참여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조건들이 새로운 여론을 이끌어냈고, 신자유주의적커리큘럼을 전면 재고하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을 감시하겠다던 젊은고대 선본에게 당선 소식을 안겨주었다. 물론 여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사회참여 활동 및 외부단체 가입에 있어 학생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젊은고대선본은 이를 수용해 공약화했다. ‘민주적인총학생회, 도덕적인 총학생회, 책임지는 총학생회’라는 모토 아래 공약으로 모바일 정책투표 도입 및 학우소환제 실시 등이 나왔다. 자신의정치성을 선명하게 내세우되 그것을 학생들의 여론과 조화할수 있는 총학생회를 바라는 흐름 속에서, 42대 젊은고대 총학생회는 참여와 복지 사이의 새로운 공간을 열어나갈 것으로 기대되고는 하였다.
균열의 발생
젊은고대 총학생회는 당선 이후 학내외의 문제들에 의욕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등록금책정자문위원회에 참여하면서대자보를 통해 논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뒤이은 교육권리찾기 활동에서는 학생들로부터 등록금 문제 해결과 그 외 많은 요구를 모아 학교에 전달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대자보를 게시하고 전단을 배포하였다. 더불어 애기능발전위원회를 꾸려 이공계의 낙후한 시설 및 인문사회계열에 비해 이유 없이 과도하게 높은 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를 진행했다. 2학기에는 좋은대학만들기100대과제실현운동본부를 통해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학내 시설문제 등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 학교에 전달하였다. 그러나 총학생회의 활동 노력은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다. 가령 2학기에 진행된 좋은대학만들기 운동에 대해서는 선거를 위한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식의, 오해에 기반한 비난이 가해졌다. 그러나 학생사회의 전방위적 요구들을 수렴하여 건의하려는 시도가 분명히 있었으므로, 이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려하거나‘홍보 부족’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학내 곳곳에 나붙었던 수많은 대자보와 건네진 상당한 전단들에 관심이 없거나 무지한 쪽일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여기까지는 오해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 수준을 넘어서서문제가 된 부분이 있다.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가입과정이 그러하였다. 학우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공약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인준받는 쪽으로 귀결되었다. 총투표 여론이 대두하고 있었으나 젊은고대 총학생회는 중앙운영위원회를 통해 전학대회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고 설문조사를 통해 근거를 덧붙였다. 전학대회 속기록을 살펴보면, 한대련 가입 안건은 별 무리 없이 통과되었고 참석한 대의원들은 한대련에 대한 학우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에 합의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론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전학대회가 그 대표성을 지속적으로 상실해왔기 때문이다. 우선, 기층단위의 붕괴로 과/반학생회와 학생들 간의 연결은 그리 유기적이지 못한 상태였다. 물론 젊은고대 총학생회는 이러한 기층을 되살리고자 과반학생회발전특별위원회(이하 과발특위)를 꾸렸으나, 과반 조인트 엠티 등의 단발성 이벤트 외 이렇다 할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전학대회의 인적 구성이나 자격요건 등구조적인 문제도 계속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대의원들의 사명감 부재와 그에 따른 빈번한 산회(散會) 역시 공신력을 떨어뜨렸다.
한대련 가입에 대한 공청회 역시 신뢰성을 상실했다. 총학은 공청회가 12시에 진행되는데도 그 장소를 변경하면서 당일 11시 30분에 인터넷 공지를 올렸고, 이에 더해 행사를 제때 시작하지도 않아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런 공청회가 그나마도 전학대회 하루 전 급하게 이루어진 탓에 애초부터 의견을 수렴하려는 자리라기보다 일방적인 통보와 선전의 자리로 비치게 되었고, 따라서 유명무실한 것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42대 총학생회의 한대련 가입은 성사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남은 인상은 임기 내내 총학생회 정책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되었다.
대안은 실패하고
42대 총학생회는 대의성의 상실을 여론조사의 방식으로 보완해, 이를 학생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최후 보루로 활용하려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총투표는 참여율이 낮고 번거로우며 총학생회의 업무를 마비시킨다. 모바일 정책투표는 젊은고대 선본의 공약이긴 했으나 진행할 때마다 비용이 많이 들어 상시적인 여론수렴의 수단으로는 활용될 수 없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혹은 극복하기를 불편해했던) 젊은고대 총학생회는 보다 효율적이고 집약적인 방식으로 학내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젊은고대 총학생회의 설문조사는 미봉책 수준에 그쳤다. 문항과 표집방식이 세밀하게 구성되지 못한 탓에 편파적이라거나 대표성을 상실했다는 등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설문조사는 한대련 가입, 희망 콘서트 개최 등에 활용되었지만, 노력만큼의 정당성을 얻을 수 없었다. 이동 총학생회 활동을 펼치기도 했으나, 그건 광장에 부스 하나 설치해두고 몇몇사안을 담은 피켓을 갖다놓은 뒤 찬성/반대란에 스티커를 붙이는 정도의 이벤트였다. 간극은 해소되지 못했다. 이렇듯, 젊은고대 총학생회는 여론 수렴의 실패에 대해서 ‘노력’이상의 쇄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자족하거나 포기해버리곤 했다.42대 젊은고대 총학생회의‘민주적인 총학생회, 책임감 있는 총학생회’라는 모토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공약으로 개최의지를 밝혔던 비상학생총회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새 사라졌다. 모바일 정책투표와 학우소환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정치성을 향해 치열하게 매진하려고 노력은 하였으나 이를 정말 정치적으로, 학생사회와 밀착하여 공유하진 못했다. 물론 이는 어느 총학생회나 마찬가지로 맞닥뜨리는 어려움일 터이다. 그런데 젊은고대 총학생회의 등장에 결부된 믿음이었던, (단순한 대중영합적, 몰가치적 소통이 아닌) 정치성에 기반하면서도 학생들과 소통하는 총학생회의 존재 가능성마저도 42대 총학생회의 실패로 인해 침식당했다.
무너진 것들 사이로
물론 이것이 그들의 능력 부족이라든가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활동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오해에서 기인하는 문제점이라고만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현재의 의결구조에는 의사수렴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상의 문제가 있다. 난점은 총학생회의 활동 자체가 학생들 사이에서 지지받는 일과 대표자들에게 동의를 얻는 일 사이에 괴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전학대회에서는 매끄럽게 처리된 안건들이 학생들에게는 대표성을 상실한 것으로 다가왔다. 젊은고대 총학은 괴리된 틀 안에서, 닥쳐오는 문제들을 미봉책만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나름대로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에 억울할 터이지만, 구조에 대한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버린 감이 없지 않다. 그 결과, 조금이라도 논란이 되는 사안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학생회가 지지를 얻으며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과도하게 좁아졌다. 대의제의 매커니즘이 어긋난 부분도 있으나, 그것을 또한 미흡한 설문조사와 같은 왜곡된 방식으로 메우려 하면서 오히려 역효과만을 가져온 것이다.
‘기층 복원’이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층을 복원한다는 이야기는 지금으로서는 난망하다. 아래에서부터 통용되는 화두와 제기되는 요구는 그리 많지 않으며 모호하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내보일 창구가 없기 때문에 학생자치활동에 무관심하다는 주장은 물론 타당하지만 이는 일면적이다. 상향식으로 안건이 제시되고 논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은 새로운 요구의 창출이지, 요구가 구체적인 형태로 잠재한다는 전제를 계속해서 재생산하며 자기 만족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고대 총학생회는 과발특위를 꾸렸지만 과반의 필요성에 대한 잘 짜인 논리를 제시하지는 못했고 다만 학생회가 꾸려지면학생들에게좋지않느냐는피상적인설득으로접근했다. ‘조인트 엠티’는 이러한 사고과정의 패착에서 나온 무의미한 결말이다.
이동총학생회도, 좋은대학만들기100대과제실현운동도 학생회 활동을‘서비스’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없었다. 그것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대리해 제출하고 학교의 무성의한 답변을 얻는 데서 그치고 말았다. 참여라기보다는 대리주의의 양상에 머무른 일은, 젊은고대 총학생회가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기대된 정치와 복지의 이분법을 오히려 공고화했다. 주변 상권과 학생들의 연계를 도모하겠다는 U카드의 기획의도는 다소 고무적이었으나, 그 형식은 계산 후에 서비스카드 하나를 더 내밀게 되는 정도에 불과하여 이런 소비를 통해 보다 깊은 의미들이 통용된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정치성과 일반 복지를 잇는 연결고리를 세우지 못한 탓에 사회참여적인 방향의 활동은 학생들과의 연관을 드러내지 못하고, 따라서 학생회의영역에서 아예 폐기 가능한, 나아가 폐기해야 할 것으로 치부되고 만다. 학생사회의 요구라는 것은“왜 내 말을 듣지 않고 다른 상관없는 사업을 하느냐”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학생회의 영역은 극도로 좁아졌다. 공허한 비토만이 난무하는 여론 속에서, 내용 없는 요구들은‘소통’이라는 단어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 속에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채 말이다.
되돌아온‘소통’
그리하여 43대 총학생회 선거의 화두는 단연‘소통’이 되었다. 여러선본들이출마했고각자가표현은달리했으나, ‘학생사회의 여론수렴’을 돋보이는 화제로 설정한 곳이 많았다. 물론 2008년의 선거판에서도 소통은 화두의 하나였다. 그러나 소통이 화두의 하나였던 것과, 하나의 화두가 된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당시의 소통은, 당당하게 자신의 모토를 끌어내 이야기하고 인정받으면서도 그 이야기를 독단화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 틀은 복지와 사회참여의 이분법적 구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논쟁, 그리고 미흡하나마이를 종합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09년을 실패와 좌절로 보내고 난 다음, 43대 총학생회 선거철에 즈음해서는 이런 이야기들은 사라지고 모든 판도는 퇴행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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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 마음을 울리는 우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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